1. 순조실록 기 일
순조실록 중 순조 십육년(서기 일팔일육) 병자 음칠월 공충감사 장계가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대소 양척의 이양선이 마량진 하해면에 정박하고 있었다. 마량첨사 이재홍과 비인현감 이승렬은 소선으로 먼저 갔다. 먼저 한어(한자)로 물어보니 모른다고 손을 흔들며 다시 언문으로 물어보아도 대답이 아니었다. 마침 그들이 붓을 들어 써서 보여주었으나 횡자로 기록되어 있어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펼쳐보니 역시 한자가 아니요 언문도 아니었으나 아무리 하여도 알 수가 없으므로 받은 책을 모두 주려고 하여도 모두 받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체발하였고 머리에는 흑모를 쓰고 끈(수)으로 만든 동뉴 같은 것을 꼈다. 의복으로 말하면 상의는 백삼이나 흑의로 되었는데 단추로 채웠고 하의는 행전같이 좁아 겨우 다리를 끼입을 수 있었고 버선(말)은 백삼으로 되었으며 신(화)은 흑피로 만든 것을 신었는데 모양은 변막과 같았으며 끈(대)으로 매었다. 소지품은 혹 금은환 도를 차고 혹은 금은뉴 장단도를 찼고 혹은 천리경도 가졌다. 인수는 간간에 가득하여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약 팔·구십 명이었다. 다시 대선으로 가니 사람의 수효가 소선보다 배나 될 것 같으며 선상방간에는 혹 앉기도 하고 서 있기도 하여 가늠하기 곤란하며 선중의 기물은 소선의 배가 될 것이며 모든 것이 매우 기기괴괴하였다. 수사 현감하 선유 시에 그중 한 사람이 책 한 권과 기물 중 소선을 받은 이권과 합하여 삼권을 받았다고 하였다. 이것을 보아 받은 책은 한문이 아닌 것이 분명하며 다음에 소개하는 그들이 기록한 항해기를 보아 영문 성경임을 알 수 있다. 충청수사의 장계를 원문 그대로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순조 16년 병자 추 7월 병인 소대
충청수사 이재홍의 장달에 의하기를, 마량진 하에 이양선 두 척이 해당 진 앞바다에 정박하였기에, 지방관 비인현감 이승렬과 첨사 이재홍이 일제히 달려가 보니, 이양선 한 척은 매우 크고 한 척은 조금 작았습니다. 먼저 작은 배에 올라가 문정(사정을 물음)하려 하였으나 말이 통하지 않고 글도 알지 못하여, 손짓으로 묻고 대답하며 필담을 시도하였으나 종시 응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작은 배의 내부는 층이 나누어져 있었으며, 책 두 권을 내어주었는데 한 권은 현감에게, 한 권은 첨사에게 주었습니다. 책의 글자는 알 수 없었으나, 사람들의 용모는 대략 이러했습니다. 머리카락을 땋아 등 뒤로 늘어뜨린 자가 있고, 혹은 검은 털모자를 쓴 자도 있으며, 혹은 수건으로 머리를 감싼 자도 있었습니다. 의복의 형상은 구리로 만든 단추를 달았으며, 겉옷은 혹은 흰색이고 혹은 검은색이었습니다. 바지는 아래가 좁고 허리가 넓었으며, 신발은 가죽으로 만든 것 같았습니다.
어떤 자는 천리경(망원경)을 들고 있었고, 어떤 자는 칼을 차거나 금은으로 장식된 단검을 가졌습니다. 그들 중 한 명은 종이에 글을 써서 보여주었는데, 가로로 쓴 글씨는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배 안의 사람들은 대략 80~90명 정도였고, 큰 배에는 그 수가 더 많아 보였습니다. 배 안의 기물들은 매우 정교하고 기이하였으며, 관청의 물건들과는 달랐습니다.
또한 배 안에는 여자 한 명이 있었는데, 흰 베로 머리를 감싸고 붉은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서북풍이 불자 그들은 큰 배와 작은 배를 나란히 하여 돛을 올리고 떠나갔습니다. 대포 쏘는 소리가 들리더니 연기 속으로 사라져 그 방향을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배 안에서 얻은 책 한 권과 작은 물건들을 동봉하여 올립니다.
이들은 영길리국(영국) 사람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가경 21년 7월 일
해설
이 글은 순조실록에 기록된 이양선(영군 함선) 출현에 관한 조정의 보고 내용으로, 1816년 영국의 알세스트(Alceste)호와 라이라(Lyra)호가 충남 서천 마량진에 나타났을 때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데, 당시 비인현감 이승렬에게 성경을 전달한 사건은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성경이 최초로 전해진 공식적인 기록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