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곡산에 사는 한 사람이 있어 8, 9년 전에 서울에 올라와 두루 다니며 구경할 때, 이목의 화려함은 측량할 수 없으나 마음의 쾌락은 얻을 수 없더니, 하루는 우연히 예수교당에 들어가매 한 전도인이 있어 전도하는 말을 들으니 "우리 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기 몸으로 세상 사람의 죄를 대속하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공로를 믿고 의지하면 모든 죄는 다 예수께서 대속하여 주신다" 하며 여러 가지 도리를 날이 저물도록 강론하였습니다.
그 후에 신구약 두 책과 다른 여러 가지 책을 가지고 고향(본향)에 돌아왔으나, 정욕에 어두운 마음이 어찌 진리를 알고자 하였으리오. 허황한 말과 등한한 책으로만 생각하고 내버려 두었더니, 무한히 자비하신 상제(하나님)께서 깊으신 은혜를 베푸시고자 하시매, 하루는 이웃 친구 두어 사람이 와서 이상히 묻는 말이 "이번에 서울 가서 무슨 묘한 구경과 이상한 말을 들었느냐" 하거늘, 그제야 비로소 예수 교당에서 전도하던 말을 생각하고 가져온 신구약과 다른 책을 내어 보였습니다.
그 사람들이 넉넉히 보다가 말하되 "갑자기 오묘한 이치를 알 수 없으니 이 책을 빌려주면 자세히 보고 보내리이다" 하고 가지고 가서 진심으로 보매, 성령의 인도하심을 입어 총명과 이치의 도인 줄을 알고 전에 하던 일을 생각하매 죄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중, 다행히 예수께서 자기 몸을 십자가에 못 박히사 세상 사람의 죄를 속하시고 삼일 만에 육신이 부활하사 믿는 자의 영혼을 다시 살게 하심을 분명히 깨닫고 감사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만나는 친구마다 이 말씀을 전파할 때, 여러 사람이 기뻐하여 서로 의논하기를 "우리 중에 몇 사람이 서울 가서 목사에게 자세히 의논하여 알아본 후에 목사 한 분을 청하여 내려오시기를 바라는" 편지(서간)를 보내었더니, 재작년에 원 목사(언더우드)와 의비신(에비슨) 의사가 다행히 내려와 씨를 뿌렸더니 옥토에 떨어짐이 되어 점점 왕성함을 기뻐하였습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마음은 간절하나 배우는 규모(신앙의 법도와 가르침)가 분명치 못함으로 자세히 알고자 하오니, 금년 봄(춘간)에 원 목사와 이 목사(이길함 등) 두 분이 내려와 이왕 뿌린 씨에 북도 주며 새로이 씨도 더 뿌리시기를 바라옵니다.
또 성경 문답을 할 때에 문답한 사람은 그 수가 3~50명가량이었는데, 그중에 또 여인을 문답할 때 믿는 마음이 사내보다 배나 뛰어나니(배승하니), 실로 사내는 보고 들은 것도 많건마는 믿음이 여인만 못한 것은 진실한 마음이 부족함이요, 여인은 진실한 마음으로 곧이 믿어 그 남편을 권하여 전능하신 은혜를 믿은 대로 주심이요, 또 예수 그리스도의 참 지체가 된 연고라 하더라.
참고사항
- 원목사: 한국의 초기 선교사인 언더우드(원두우) 목사를 지칭한다.
- 의비신 의사: 세브란스 병원의 전신인 제중원에서 활약한 의료 선교사 에비슨(Oliver R. Avison)을 한자로 음차한 것이다.
- 상쥬(상제): 초기 기독교에서 '하나님'이라는 호칭이 정착되기 전, 하늘의 주님이라는 뜻의'상제(上帝)'라는 표현을 혼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