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륜 선생의 신앙 이력
(본글은 현대어로 옮긴 글입니다)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은 곧 영광의 주님이시요, 만물을 자기 뜻대로 행하시는 세상의 주관자이시니 사람이 마땅히 공경하고 두려워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위해 은혜를 허락하시고 일하시는 가운데 나 또한 속해 있어, 그 은혜를 믿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바가 이루어지는 날을 소망합니다. 모든 영광과 권능이 우리 구주 하나님께 영원히 계시기를 원합니다. 아멘, 아멘.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무한하신 은혜를 입은 대한국 형제자매들이여, 내가 27년 전에 대청국(중국) 광동성 우장 당방 영구라는 항구에서 작은 장사를 하다가 뜻밖에 병이 나서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그때에 감사하신 그리스도께서 그곳에서 전도하시던 영국 목사 매킨타이어(마손태) 씨를 감동하게 하사, 나를 여관에서 자기 집으로 옮기고 중국 의사를 불러 매일 두세 번씩 진찰하고 약을 먹게 돌보아 주어 거의 두 달 만에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그때 나는 깨닫지 못했으나, 감사하신 그리스도께서는 그때부터 나를 부르셨습니다. 그때 처음 매킨타이어 목사에게 그리스도 예수의 복음을 듣고 성경책도 얻어 보았습니다. 감사하신 그리스도께서 항상 나를 도우사 고향에는 몸을 의탁할 곳이 없게 하시매, 모든 빚을 다 청산하고 훌쩍 다시 그곳(중국)으로 갔습니다. 마침 본국에 다녀오시던 영국 목사 존 로스(로쓰)를 만나니, 비록 초면이나 그 사랑하심이 각별하여 수개월 동안 그리스도를 내게 밝히 증거하셨습니다.
나는 본래 평안도 의주 출신인데, 열네 살에 부모가 다 돌아가시어 일찍이 가르침을 받지 못하고 제멋대로 살아 물려받은 가업을 수년 만에 모두 탕진했습니다. 겉으로는 공명정대한 도리를 숭상하며 가문을 자랑하였으나, 속으로는 교만과 속임수, 거짓과 간음과 탐욕을 품고 남에게 해를 끼치며 재물을 속여 빼앗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남을 업신여기고 나만 잘난 체하니, 보는 사람들이 나를 가리켜 '비단 주머니 속의 개똥'이라 조롱하여도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고 도리어 내 지혜를 자랑거리로 여겼으니,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어리석고 불쌍한 자가 또 있겠습니까. 진실로 한심하고 무서운 노릇입니다.
그때 존 로스 목사가 진실한 사랑으로 나를 권면하고 타이르시니, 내가 생각하길 '내 나라 친구와 친척들은 오히려 나를 몹쓸 도둑놈이라 흉보고 상종도 하지 않으며 버린 물건같이 취급하는데,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타국의 이방인은 도리어 나를 친부모 형제같이 사랑하여 권면하고 타이르니 이것이 어찌 된 일인가' 하였습니다.
일 년 전에 매킨타이어 목사가 여관에서 죽어가는 내 목숨을 그토록 애써 살려내셨기에, 내가 아무리 인정 없고 배은망덕한 놈이라도 그때 그가 베푼 은공과 약값을 걱정하며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매킨타이어 목사가 "네 마음은 갸륵하나 재물이 없으니 어찌할 수 없거니와, 네가 진실로 고마운 마음이 들거든 하나님께 감사하고 그 말씀대로 예수를 믿으면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없겠다"라고 하셨는데, 지금 존 로스 목사가 또 이같이 참사랑으로 나를 권면하시니 예수를 믿는 사람은 참으로 하늘나라 백성이로구나 싶었습니다.
이같이 생각할 때에 내 마음이 감동하여 뉘우치는 마음이 일며 이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이에 존 로스 목사를 찾아가, 내 마음의 반가움과 이전의 불의를 행한 것이 매우 부끄럽고 원통하여 뉘우치는 마음이 든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 앞에 나아와 그 명하신 대로 믿고 순복하는 것이 마땅하다 여겨 세례를 청했습니다. 나는 매우 기쁜 마음으로 그리스도 앞에 나아와 죄를 자복하고, 목사와 청국의 여러 교우 앞에서 세례를 받고 주님의 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때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으나 짐작건대 1870년대 즈음입니다. 그 후 그곳에서 북쪽으로 280리쯤 떨어진 봉천부로 존 로스 목사가 식솔을 이끌고 갈 때, 나도 같이 가서 거의 일 년 동안 함께 지내며 주님의 은혜를 무한히 받았습니다.
그때 나는 영적인 비밀을 다 알지는 못하였으나, 감사하신 그리스도 예수께서는 내 영혼과 육신이 죄로 인해 죽음에 빠진 것을 건져 구원하사 영생하는 자기 나라로 옮겨 주셨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또 존 로스 목사를 감동하게 하사 나에게 조선국에 전도할 사명을 맡기셨습니다. 주님 앞에서 존 로스 목사 내외와 함께 엎드려 주님께서 도와주시고 보호해 주시기를 기도하고 서로 작별한 후, 내가 봉천부를 떠나 두 발로 걸어 조선의 한양(서울)으로 올라왔습니다. 석 달 동안은 남의 집에 머물다가 남대문 안 창동에 집을 정하고 정착했습니다. 그때가 1880년 봄쯤이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내가 주님의 백성이 된 지가 이미 25년인데, 그동안 단 하루도 주님께서 나를 돌아보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내가 마음으로 고난을 받을 때에 위로하여 주시고, 일에 시험을 당할 때에 주님 앞으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내가 오늘날까지 큰 환난이나 핍박을 당하지 않은 것은 주님께서 내 마음과 힘의 한계를 아시고 내가 감당치 못할 시련을 막아 주셨기 때문이니, 어찌 그 감사한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내가 사랑하는 형제와 자매들이여, 우리가 이 세상에 머무는 날까지, 상황이 좋으나 좋지 않으나 우리 눈으로 보며 귀로 듣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것을 우리 주님께 의탁하고 주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 우리 믿는 자의 마땅한 직분일 것입니다. 그러니 삼가고 또 삼가며 믿음의 길에 힘쓰기를 바랍니다.